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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기록/여행과 일상

가평 계곡 맛집 & 카페: 낙원쉼터, 루스베델

by 나로서기 2021.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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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서기 in 21.09.04

저번 주에 친구들과 캠핑을 해보고 싶다고 말하다가 갑자기 당일치기 여행을 가기로 했다! 캠핑을 하러 가평으로 호기롭게 떠났지만 주말이라 그런지 캠핑장은 이미 예약이 꽉 차있었다. 차를 타고 가던 중 평상들이 많이 있는 곳에 들어가 여기에서 캠핑을 할 수 있냐고 물어봤다. 캠핑은 못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아쉬웠지만, 일단 너무 배가 고픈 상태라 여기에서 배부터 채우기로 했다.

 


낙원쉼터

계곡 바로 옆에서 즐길 수 있는 닭볶음탕. 65000원.

우리는 닭볶음탕을 시켰다. 감자는 퍽퍽하지 않고 포슬포슬했고, 무도 푹 익혀 나와 부드러웠다. 토종닭을 처음 먹어보는 거였는데 사람들이 왜 그렇게 토종닭, 토종닭 하는지 이해가 갔다. 확실히 식감이 쫄깃하고, 한 마리인데도 양이 많았다. 친구는 닭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거는 맛있다고 했다. 셋이 닭 한 마리를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배드민턴 동아리의 DNA를 가진 우리는 배드민턴을 치며 소화를 시켜준 후, (오랜만에 치니까 꿀잼!)

낙원쉼터 옆에 있는 계곡

계곡으로 내려갔다. 우리는 갈아입을 옷을 안 갖고 와서 발만 담구고 놀 수 있기를 바랐는데 계곡이 꽤 깊었다. 적어도 가슴께까지는 올 것 같은 깊이였다. 하지만 사람이 우리 밖에 없어서 전세낸 것처럼 놀 수 있는 이곳을 두고 그냥 가기에는 너무 아쉬웠다.

 

다행히도 조금 걸어 내려가니 얕은 곳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하지만 150cm 높이를 점프해야 했는데, 내려가는 건 어려워 보이지 않았지만 나중에 다시 올라갈 자신이 없었다. 못 내려가고 꾸물거리고 있자 친구가 올라갈 때는 자기가 잡아서 올려줄 테니 얼른 내려오라 했다. 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 내려갔다.

 

물장구도 치고, 물살을 가르며 계곡을 걸어다니기도 하고, 사진도 찍으며 한적한 계곡의 아름다움과 시원함을 눈과 손발에 담았다. 날씨가 아주 덥지도 않고, 그늘도 적당히 쳐져 있어 놀기에 완벽한 날씨와 장소였다. 그렇게 놀다가 친구가 자기는 위에서 쉬고 있을 테니 더 놀다 오라고 했다. 알았다고 하고 다른 친구와 나는 한참을 더 계곡에서 시간을 보냈다. 실컷 논 것 같아 우리도 이제 돌아가자고 했다. 그리고 우리는 곧 우리가 문제에 봉착했음을 깨달았다. 우리는 여기를 올라갈 수 없었다! 하하

 

설상가상으로 나는 핸드폰을 가져오지 않았고, 친구 폰은 배터리가 나가버렸다. 잠시 고민하다가 우리는 우리끼리 문제를 해결해보기로 했다. "혹시 위쪽으로 많이 올라가면 방법이 있지 않을까? 우리가 여길 안 젖고 건널 수 있는 길을 개척해보자!"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탐험을 떠나기로 했다. 바위를 건너고 풀숲을 헤치며 올라갔다. 반대편으로 건널 수 있을 것 같은 곳들이 보일 때마다 열심히 공략해보았다. 하지만 쉬워보였던 곳들도 막상 시도하면 수심이 너무 깊거나, 물살이 세고 바위가 미끄러워 젖지 않고 건너는 건 힘들었다. 더 이상은 위로 올라가는 것도 불가능해졌다.

 

결국 우리는 건너가는 걸 포기하고 먼저 올라가버린 친구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계곡이 식당 바로 옆에 있었기 때문에 크게 부르면 될 것 같았다. 평상 위에서 퍼질러 자고 있는 친구가 보였다. 우리는 친구를 깨우기 위해 그의 이름을 목놓아 불렀다. 하지만 아무리 크게 소리쳐도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자기가 잠자는 숲속의 공주라도 된 것 마냥 너무 깊이 잠에 들어 있었다. 30대 직장인의 체력은 이런 건가. 후...

 

어쩔 도리가 없어 우리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나와 함께 있던 친구는 모험을 다녀왔더니 땅을 짚고 올라가는 게 쉬워 보인다고 했다. 그러더니 진짜로 올라갔다! 와!우!! 하지만 나는 여전히 혼자 올라갈 용기가 나지 않아 빨리 자고 있는 친구를 불러와달라고 했다. 어기적거리며 오더니 이것도 못 올라오냐고 구시렁거렸다. 아니, 이 아저씨가!! 아무튼 무사히 구출되었다. 한숨 돌린 후 우리는 카페로 향했다.

 


루스베델

루스베델의 메뉴. 내가 시킨 딸기 바나나 주스는 6900원.

너무 핫해서 사람이 가득찬 카페에 가고 싶지 않았고, 찾아보는 것도 귀찮아서 가다가 보이는 아무 곳에나 들어갔다.

 

캠핑 느낌이 물씬 나는 루스베델

그렇게 들어간 루스베델은 기대 이상이었다. 야외가 캠핑장 느낌으로 꾸며져 있어서 캠핑을 못 간 우리의 아쉬움을 달래주었다. 뒤에 뷰도 푸릇푸릇해 힐링이 되고, 낙원쉼터와 마찬가지로 사람이 없어서 아주 편안하게 잘 쉬다 왔다. 화장실도 아주 깔끔하고 좋았다.

 


사람 없는 자연에서의 힐링에, 계곡에서의 작은 스릴까지 한 스푼 더해져 너무 행복했던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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