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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기록/여행과 일상

3박3일 제주도 여행

by 나로서기 2021.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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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0~2021.12.12

오랜만에 여행도 하고, 디지털노마드도 해볼 겸 7박8일 일정으로 제주도로 떠났다. 그 중 3일은 여행으로 잡고 나머지 5일은 디지털노마드를 하기로 했다. 제주도는 여행지로는 정말 최고의 플레이스다. 확실히 따뜻한 곳이라서 그런지 평소에는 보지 못한 풍경도 많고, 그냥 걸어다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었다. 평화로움이 가득할 것 같은 제주도이지만 뚜벅이로 가서 그런지 나름 다사다난했다.


첫 날은 첫 날이라 설렜다. 너무 오랜만에 비행기를 타는 거라 공항에 있는 것만으로도 두근두근했고, 비행기 창밖의 풍경을 보고 있자니 구름 위를 떠다니고 있어 올림푸스에 온 것만 같았다. 3시 도착 비행기라 숙소에 늦게 도착해서 짐을 풀고 나니 이미 해가 졌다. 저녁을 먹고 근처를 조금 산책했는데 몇몇 가게들의 조명이 반짝거려서 연말의 분위기를 한껏 느끼게 해주었다. 다리 위에서 바다도 구경했는데 바다는 위에서 보는 밤바다는 조금 무서웠다. 아! 노래방이 펼쳐진 보트도 있었는데(진짜로 노래방 기계가 보트 안에 있었다.) '나는 나비', '바다의 왕자' 같은 노래들을 부르고 있는 걸 보니 우리와 또래이거나 조금 더 많은 정도일 것 같았다. 너무 흥겹게 놀고 있어서 같이 껴달라고 말하고 싶었다ㅋㅋㅋ


둘째 날에는 성산일출봉부터 찍고 왔다. 오랜만에 언덕을 올라서 그런지 숨이 찼다. 1년 단위로 달라지는 체력에 야속해하며 물을 한 통 다 비웠다. 여전히 걷기는 자신있는데 경사가 생기면 급격히 힘들어진다. 위에서 보이는 시원한 풍경이 사진에는 잘 담기지 않아 아쉬워하며 내려왔다.



저녁에는 해녀의 부엌을 예약해두었는데 성산일출봉에서 걸어가도 2시간이 걸리지 않아 제주 올레길을 따라 걷기로 했다. 바다를 따라 걷는데 사람도 없고, 차도 없고 우리만 있는 것 같아 정말 제주도 시골에 놀러온 기분이었다. 친구는 엄마아빠가 제주도 신혼여행에서 찍은 사진과 같은 풍경이라며 진짜 제주도에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중간중간 안타까웠던 것은 날씨가 더워서인지 녹조가 가득차있는 해안가가 많았다. 녹조가 많아지면 물고기들이 햇빛을 못 받고 숨을 못 쉰다고 들었는데 이제는 환경을 위해 모두가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해녀의 부엌 예약 시간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근처 카페에 들어갔다. 귀여운 분위기의 카페였는데 분위기를 즐기고 자시고 할 겨를도 없이 음료 흡입 후 꿀잠을 잤다. 친구랑 둘이 같이 앉은 채로 기절했다.



해녀의 부엌에서는 연극과 식사를 함께 즐길 수 있다. 연극을 보며 우는 분도 있었다. 친구는 울면 쪽팔릴 것 같아서 안 울려고 열심히 참았다고 한다. 해녀분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했는데 바다에 들어가서 10분 정도 있다가 너무 추워서 몸을 녹이려고 모닥불에 한 시간 동안 있고, 또다시 들어가고 했다는 이야기는 해녀의 삶을 짧지만 강렬하게 보여줬다. 옛날 분들 중 요즘 사람들은 너무 곱게만 자라서 나약하다는 말을 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다. 기분 좋지 않은 말이기는 하지만 이런 삶을 살아냈다면 나였어도 그런 말을 할 것 같다. 정말 힘든 환경에서 굳게 버텨내신 분들이라 존경스럽고, 이들의 수고로움으로 우리가 이렇게 편한 삶을 살 수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과 몇 십년의 세월동안 아주 빠르게 세상이 변했다는 사실이 세삼스레 확 느껴졌고, 어떤 이들은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는 게 어렵다는 당연한 사실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되었다.



식사 메뉴는 뿔소라 3종세트와 갈치조림이 메인메뉴로 나오고, 물회와 미역국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되고, 나머지는 뷔페였다. 군소무침, 계란말이, 보쌈 등이 나오는데 하나같이 다 맛있다. 뚜벅이다 보니 맛집을 별로 찾아다니지 못했는데 제주도에서 먹은 것 중에 제일 맛있었다. 특히 보쌈이 끝내줬는데 보들보들한 고기에 정말 연한 잎의 상추쌈, 그리고 직접 만든 걸로 추정되는 쌈장을 찍어서 싸먹으면 그야말로 환상이었다. 뷔페라서 2번이나 더 가져다가 먹었다. 따봉~! 군소무침은 오이와 함께 버무려져 쫄깃하고 새콤달콤했는데 인기 메뉴였는지 오이만 남아있어서 두 번 먹을 수는 없었다.



다 끝나고 나왔는데 해가 다 져서 정말 어두웠다. 겨울에는 7시만 되어도 어둡다. 게다가 시골의 7시는 도시의 새벽 1시 같다. 모두들 차를 가져와서 타고 가는 와중에 우리는 버스를 타러 가야 했다. 5분 거리에 마을버스가 있고 갈아타서 가면 된다고 네이버 지도가 알려줬지만 마을 버스의 도착 예정 정보가 없었다. 올 것 같아 보이지 않았고 무작정 기다리다가는 집에 가지 못 할 것 같았다. 30분 거리에 있는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기로 했다. 버스가 끊긴 건 아닐까 걱정했다. 여기 주변 게스트 하우스를 찾아보자고 얘기하면서 친구와 열심히 걸었다. 친구는 얇은 바람막이 하나만을 입고 왔는데 패딩을 입은 나도 살짝 추웠어서 괜찮냐고 물어보니 추운 건 괜찮은데 무섭단다. 범죄 영상 좀 그만 보게 해야겠다. 아무튼 버스는 버스 정류장에 붙어있는 시간표에 맞춰 잘 도착했고 숙소에 무사히 도착했다.


셋째 날은 대망의 한라산! 다른 데 안 가고 한라산만 다녀오기로 했다. 원래는 아침 일찍 가기로 계획했지만 너무 피곤한 관계로 밍기적거리다가 10시쯤에 출발했다. 한라산까지 가는 버스로 갈아타야 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고 심지어 버스 시간표도 붙어있지 않아서 찾아보니 버스가 1시간에 한 번씩밖에 오지 않는 버스였다. 급하게 택시를 잡아타고 올라갔는데 겨울에는 입산할 수 있는 시간이 12시까지였다. 택시 아저씨가 주차장에서 내려주면 못 들어갈 수도 있다고 하면서 알아서 더 위까지 태워다 주셨다. 출입제한 시간까지 5분밖에 남지 않아서 만약 주차장에서 그냥 내렸으면 한라산에는 들어가보지도 못 하고 내려올 뻔 했다.



처음에는 빠르게 올라갔는데 그러다보니 금방 지치고 귀도 너무 아파져서 올라가는 걸 포기하고 싶어졌다. 등산할 때는 아주 찬찬한 걸음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올라야 계속 올라갈 수 있다는 걸 배웠다. 친구도 얼마 전에 등산 갔을 때 다른 사람들 제치고 빨리 올라가다 보니 힘들어서 쉬고 있으니까 자기가 제친 사람들이 다시 자기를 지나쳐가는 걸 보고 등산은 너무 빨리 가려하면 안 된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알았으면 빨리 좀 알려주지!!ㅋㅋㅋ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올라간 한라산은 다음에도 꼭 다시오겠다 몇 번씩 다짐하게 만들만큼 진풍경이었다. 아래는 겨울에도 따뜻해서 열대지방 같았는데 위에는 눈이 휘날리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겨울왕국의 렛잇고가 저절로 떠올라서 둘이 노래를 부르며 걸었다.

추워서 머리카락도 얼었다ㅋㅋ



윗세오름에 도착했다. 정상은 윗세오름에 1시까지 도착해야 올라갈 수 있었다. 우리는 1시 10분에 도착했기 때문에 오르지 못하고 내려와야 했다. 겨울에는 해가 빨리 져서 안전을 위해 못 가게 한다. 윗세오름에는 몸을 녹일 수 있는 휴식 공간이 있었는데 등산 좀 해보신 분들은 라면과 김밥, 뜨거운 물을 다 챙겨와서 먹고 있었다. 우리는 아무것도 없이 왔기 때문에 부러워하다가 나왔다. 그래도 우리에게는 젤리가 있었기 때문에 젤리를 먹으면서 위안을 삼았다. 참고로 등산에서 먹는 젤리는 진짜 미쳤다. 신맛 지렁이 젤리를 추천한다. 짜릿할만큼 맛있다. 아. 그리고 우리는 물을 안 챙겨갔는데 겨울이라서 어찌저찌 괜찮았지만 산 중턱에 물이나 간식거리 파는 곳이 없으니 꼭 챙겨가야 한다. 신발도 등산화를 챙겨가야 한다. 다른 사람들은 등산화에 미끄럽지 않게 하는 징 같은 것까지 들고 왔다. 우리는 여름용 런닝화만 달랑 신고 갔는데 이런 차림이 별로 흔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와중에 코트 입고 반스 운동화 신고 온 사람도 있어서 속으로 리스펙을 외쳤다.



주차장까지 내려올 때 버스시간까지 아슬해서 걱정했는데 우리가 내려가면서 두리번거리고 있자 친절한 분이 버스정류장까지 태워주셨다. 홋카이도에 이은 두 번째 역히치하이킹ㅎㅎ엄마한테 얘기했더니 위험하게 모르는 사람 차 탄다고 한 소리 들었다.

내려와서 첫 끼니이자 저녁으로 시장에서 고등어회와 갈치회, 김밥, 라면에 후식으로 와플이랑 귤까지 사서 먹었다. 갈치회는 딱 한 입씩만 먹어보면 된다. 못 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또 사먹고 싶지는 않다. 고등어회가 훨씬 고소하고 맛있다.



6학년 이후로 처음 간 제주여행이었는데 너무 좋았다. 즐거웠던 제주여행은 여기서 끝! 나머지 날들은 한적한 마을로 가서 디지털노마드 라이프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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