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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관한 모든 것/성장 일기

나의 첫 직장 생활

by 나로서기 2022.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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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취직을 한지 벌써 6개월이 지났는데 시간이 벌써 이렇게나 지났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는다.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다가도, 별로 한 것도 없는데 벌써 이만큼이나 되었나 싶기도 하고, 더 많은 걸 해보고 더 효율적으로 일했으면 좋았을텐데 아쉬움도 남고, 그래도 대부분의 매일이 즐거웠던 것 같아 이만하면 잘 살았지 싶기도 하다.

처음에는 이게 맞는 선택일까 걱정이 들기도 했다. 나중에 창업하고 싶은 일과 관련된 곳으로 지원했는데 막상 내가 이걸로 창업을 하고 싶지 않게 되면 어떡하나, 체계적으로 일을 배우고 커리어를 시작하기에는 대기업이 더 나은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되기도 했다. 대부분은 취업을 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축하해줬지만 몇몇은 그래도 대기업이 낫지 않겠냐는 반응을 보였고, 주변 친구들은 다들 이름만 대면 아는 대기업을 다니는데 내가 다니는 회사는 이름을 말해줘도 어디인지 알 수 없고, 대기업에 비하면 연봉도 적다 보니 괜시리 위축되고 흔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몇 개월 다니다 보니 이제 그런 생각은 모두 사라졌고 요즘에는 직장 생활이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만족스럽다. 꼭 네임밸류가 있지 않아도, 고액 연봉까지 아니어도 나에게 맞는 회사면 충분했다.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으로 두는 가치들이 진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맞을지 여전히 의문이 있었는데 회사에 다녀보니 좀 더 확실해졌다. 내게 중요할 거라고 추측해왔던 가치들은 정말 나에게 중요한 가치들이 맞았다.

1. 돈

나는 일정 수준 이상의 돈을 받아야 만족할 수 있었다. 취직 후 몇 달간은 이곳을 계속 다녀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가장 큰 문제는 연봉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거였다. 면접 때 내가 제시한 연봉이었는데 막상 그 돈을 받게 되니 눈에 차지 않았다. 그러던 중 회사에서 연봉을 올려줬고 갑자기 없던 애사심이 생겨났다. 그리고 성과에 따라 연봉을 수시 협상한다는 걸 알게 되어 열정이 불타올랐다. 친구들이 금융 치료 당했다며 웃었다.

2. 성장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성장이다. 그러다보니 여기에서 일하면서 배우는 것들이 내가 나중에 정말 사용할 수 있는 게 맞는 걸까, 다른 곳에서는 더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불안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래서 다른 회사에 다니는 마케터 친구들에게 내가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설명해주며 여기에서 일을 계속 하는 게 맞을지에 대해 조언을 구하고, 친구들의 회사에서는 어떤 일을 하는지 물어보고 다녔다. 이 정도면 그래도 많은 것을 배우며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스타트업이지만 규모가 아주 작지는 않아 나름의 체계도 있고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보다는 이미 같은 일을 해본 사람들에게 배울 수 있다. 성장에 방해가 되는 요소들을 말했을 때 빨리 개선도 해준다. 일례로, 우리 팀의 업무 방식은 탑다운 방식으로 주마다 할 일을 주는 방식이었다. 처음에는 모든 일이 새로워서 다양한 일을 해본다는 사실만으로도 성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업무들이 차츰 익숙해지면서 더 이상 일을 하는 것 자체만으로는 성장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었고, 기계처럼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시간을 보낸다는 느낌을 받았다. 더 이상 일하는 게 즐겁지 않았고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었다.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하며 성취감을 느껴야 다시 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면담을 신청해 이런 생각들을 이야기했고 그 다음 주에 바로 업무 방식이 변경되었다. 팀 전체가 함께 목표를 공유하고 할 일들을 작성했다. 이번 달에 정한 목표들을 모두 달성하고 싶어졌다.
회사에 다니며 성장에 있어서 속도와 방법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처음 입사해서는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보다 뒤쳐지고 싶지 않아서 남들보다 더 잘하기 위해 일을 하다보니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빨리 지치는 느낌을 받았다. 일을 더 잘하는 건 어제의 나보다여야 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서 일해야지 남과 비교하는 건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그리고 나는 한 가지 일에 과몰입하는 경향이 있어서 저녁에 집에 와서도 심지어는 주말까지도 일에 몰두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혼자 사서 고생을 하다가 이내 번아웃이 오기도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일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어 취미 생활을 시작했고 정말 현명한 선택이었다. 배드민턴을 안 친지 3년이 넘었는데 다시 배드민턴을 치니 인생에 활기가 돌아오는 게 느껴졌다. 뭔가 심심하고 무미건조했던 일상이 좀 더 다채로워졌다. 필라테스도 한 달 다녔는데 필라테스는 재미가 없어 그만두게 되었다. 이제 블로그도 틈틈이 써보고 싶은데 마음 먹은대로 잘 될지는 모르겠다.

3. 분위기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해왔는데 지금 다니는 곳이 완전 그렇다. 소위 말하는 꼰대가 없어 누군가의 비위를 맞추거나 눈치를 보며 사회생활을 한다는 느낌이 아예 없다. 대표에게든 팀장에게든 하고 싶은 말을 가감없이 다 한다. 옷차림도 규제가 없어서 나는 매일 체육복에 슬리퍼를 신고 다닌다. 직급이 없고 서로 님자를 붙여서 호칭한다. 회식도 하고 싶을 때 하면 된다. 다른 팀들은 다같이 노는 걸 좋아해서 일주일에 몇 번씩이고 회식하던데 우리 팀은 각자의 개인 시간이 소중한 사람들이라 지금까지 2번 했다. 첫 회식과 인턴 송별회. 함께 얘기하면서 친해지는 시간이 없는 건 아쉬워서 앞으로는 점심 회식을 하자고 제안했는데 모두가 동의해서 한 달에 한 번 맛있는 걸 먹으러 갈 듯하다.
이렇게 편한 회사 생활을 할 수 있는 건 대표와 팀장 모두 나보다 한 살 밖에 차이 나지 않아서도 있다. 물론 꼰대는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인턴 했던 회사에서는 나와 몇 살 차이도 나지 않으면서 꼰대짓을 하는 사람이 있었고, 내가 좋아하는 삼촌과 교수님은 나이가 훨씬 많은데도 아주 열려있는 분들이다. 그렇지만 나는 나에게 어른이라고 생각되는 분들을 좀 어려워 하기 때문에 (더 예의와 격식을 차리고 신경써야 할 것 같다.) 나이대가 비슷한 지금 회사에서 일하는 게 정말 마음 편하고 좋다.
대체로 열정적인 사람들이 많아서 같이 있으면 동기부여도 되고, 특히 우리 팀은 다들 순둥순둥하고 배려심 있게 말한다. 팀에서 친해진 친구랑도 쿵짝이 정말 잘 맞는다. 일에 진심인 친구라 같이 일 얘기를 하면서 의욕을 불태우고, 야근도 함께 하고, 사적인 얘기도 아주 많이 나누며 매우 빠르게 친해졌다. 이 친구가 없었다면 지금 회사 생활이 이 정도로 즐겁지는 않았을 것 같다.


내가 이 회사를 얼마나 다니게 될지, 계속 이렇게 만족스러울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으로선 매우 행복하기 때문에 이 순간들에 집중하고 감사하며 나의 첫 직장생활을 만끽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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