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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돌봄/도서·체험 리뷰

밑미 <인문학 X 감정일기> 리추얼 후기

by 나로서기 2021.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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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미에서 <인문학 X 감정일기>와 <나를 껴안는 글쓰기> 리추얼을 했다. 개인적으로 동시에 여러 개를 하는 건 추천하고 싶지 않다. 몇 개씩 잘하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은데 나는 2개를 다 제대로 하기가 쉽지 않았다. 난 글을 한 번 쓰면 길게 쓰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는 시간도 필요하기 때문에 좀 버거웠다. 2가지여도 글쓰기랑 책읽기보다는 요가랑 그림, 글쓰기랑 달리기 이런 식으로 다른 종류의 것들을 하면 좀 더 나았을지도. 하지만 소통하는 커뮤니티이기도 하다 보니 그냥 하나에 집중해 온전히 즐겼다면 더 좋았을 거란 생각이다.

 

이미지를 누르시면 리추얼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프로그램은 주5일 책 30분 읽고 감정일기 10분 쓰고 인증하는 방식이고, 시작 줌미팅과 마무리 줌미팅이 있다. 리추얼 메이커의 재량에 따라 중간 줌미팅이 있기도 하다. 이 리추얼은 중간 줌미팅이 있었다. 가격은 70000원!

 

이런 습관 프로그램은 다른 곳에도 있고 그런 곳과 비교했을 때 밑미가 결코 저렴하진 않다. 그럼에도 더 끌렸다. 일단 밑미 홈페이지의 팀 소개, 프로그램 소개부터 사진과 글씨체 같은 작은 디테일들까지 따뜻한 감성이 좋았고, 밑미의 비전이 와닿았다. 다른 곳들이 다양한 것들을 체험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면 밑미는 치유와 자아성장을 할 수 있는 커뮤니티라는 느낌. 요즘 소셜살롱이나 독서모임 같은 커뮤니티도 핫한데 거기엔 친목과 인맥 형성을 위해 찾아오는 활발한 인싸들이 많을 것 같다면(첫인상이 그렇다는 거지 실제로 어떤지는 모른다), 막연하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조금 더 정적이고 진짜 나 다움을 찾고 싶은 사람들일 것 같았다.

 

싸지 않아서 좀 더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안 하면 돈이 너어어어무 아까우니까!!!! 난 돈이 아까워서 어떻게든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그런 것 치곤 일주일에 3번 정도 밖에 달성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평소보다 많은 책들을 읽었다. 그리고 맨날 심리학책만 읽었는데 이번 기회에 소설을 읽었다. 다른 사람들이 읽는 책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다른 사람들이 읽은 책들도 언제 한 번 읽어보고 싶다.

 

리추얼 메이커 하빈님이 정리해서 올려주셨다♡

 

그럼 한 달동안 리추얼을 열심히 해서 습관을 만들 수 있었나? 그건 아니었다.

 

습관이 만들어지지 않은 건 당연한 결과일 거다. 애초에 습관은 한 달 열심히 한다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니까. University College London의 교수 Pillippa Lally의 연구에 따르면 습관이 만들어지는 시간은 18일~256일로 사람마다 다르고, 습관이 만들어지는 데 21일이 걸린다는 낭설은 "최소" 21일은 걸린다는 게 잘못 퍼진 거란다. 그러니 리추얼을 신청해서 한 달 한다고 습관이 될 거라는 기대는 처음부터 하지 않는 게 맞다.

 

근데 책읽고 일기 쓰는 습관을 만들지 못한 데다, 심지어 당분간은 쉬고 싶다.달 동안 열심히 하고 끝나자마자 요요가 와버렸다. 동기가 크지 않은 탓도 있지만 리추얼을 잘못된 방법으로 하고 있었다는 생각도 든다. Stanford University의 교수 B.J Fogg는 습관 형성에서 '감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오래 지속해야 습관이 만들어지는데 이 지속성을 만드는 건 결국 감정이란 거다. 이번에 그의 이론을 몸소 체험했다.

 

리추얼을 하는 동안은 내가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게 뿌듯해서, 귀찮고 피곤해도 계속 하려 했는데 이게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 책을 읽고 일기를 써보려 했는데 떠오르는 감정이 '피곤함'이다. 그렇다 보니 그냥 하기가 싫다. 우선은 리추얼 2개를 한 번에 했던 게 가장 크리티컬했던 것 같다. 나는 중간에 글쓰는 걸 잘 못 끊어서 리추얼에 하루 2~3시간을 쓰다 보니 바쁜데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는 것 같아 부담스러웠다. 자는 시간도 너무 늦어지니 당연히 피곤했다. 이 감정이 사라질 때까지 책읽고 일기쓰기는 일시 정지! 다시 읽고 쓰고 싶어지면 그 때 하는 걸로. 

 

리추얼을 하면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포인트는 '얼마나 성실히 참여하고 있는가'보다 '내가 얼만큼 했을 때 가장 편안하고 즐거운가'여야 했다. 이제부터는 애쓰지 않고 내가 편안하게 느낄 수 있을 만큼만 하는 연습을 하려 한다. 책읽기와 글쓰기 뿐만 아니라 내가 만들고 싶은 모든 습관들에 대해서!

 

 

 

 

상호명: 밑미

장소: 온라인 (카카오톡+zoom)

인원: 14명(6~20명)

날짜: 21.01.17~21.02.14

가격: 70000원

 

난이도: 4

감정 일기는 종종 썼지만 소설은 안 읽은 지 정말 오래 되었다. 어렸을 때는 정말 소설만 읽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딱딱한 인간이 되어버린 걸까. 그렇게 어려운 일들이 아닌데도 안 하던 걸 40분씩 매일 하는 건 정말 쉽지 않았다. 감정 일기 쓰는 것 자체를 어려워하는 분들도 좀 있었다.

 

친밀감: 4

사실 중간 줌미팅 전까지는 친밀감을 별로 느끼지 못했다. 서로 댓글을 달거나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분위기가 아니었고 나도 다른 사람들 글을 딱히 읽지 않았다. 그냥 내가 한 걸 방에 인증하고 있다는 느낌이었고 이걸 7만원이나 내고 하기엔 많이 아깝다고 느꼈다. 하지만 중간 줌미팅에서 대화하는 시간을 갖고, 톡방에서 말도 좀 하고, 댓글도 달면서 친밀감이 급상승했다.

 

추천도: 4

매일 책 읽고 일기 쓰는 게 나에겐 좀 힘들었고 처음엔 소통도 적어서 불만족스러웠지만, 중간 줌미팅 이후로 애정이 생기면서 만족도가 높아졌다. 그리고 불만을 들으신 후 리추얼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방법을 고민해본다고 하셨으니 앞으로는 더 개선이 될 것 같다. 인문학 책을 읽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거나 자신에게 약간의 강제성을 부여해주고 싶다면 추천. 나는 인문학을 읽는 게 나의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주진 않는 것 같아 다른 리추얼을 신청했다.

 

아쉬운 점

- 친밀감 형성

리추얼이 끝날 때쯤에야 유대감을 느끼게 된 게 아쉬웠다. 친밀감을 형성해야 동기 부여도 더 되고, 서비스를 다시 사용하고 싶어지는 것 같다. 자신의 리추얼에 집중하는 게 이 방의 컨셉이었지만 조금 더 소통이 있어도 좋을 것 같다고 느꼈다. 초반에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할 것 같다.

 

- 부담감 완화

책을 조금이라도 읽었다면 그냥 한 걸로 인정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 마음을 위하는 시간을 가지는 게 중요한 거라면 처음은 가벼워도 좋지 않을까. 책읽기와 일기쓰기 2개를 40분을 채워서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시작조차 하지 않게 됐다. 조금씩만 해도 되고, 쉬어가도 좋다고 다독여주는 말을 처음에만 하는 게 아니라 자주 해주면 좋겠다. 이런 말들을 계속 들을 때 더 안심되고 따뜻한 느낌을 받는다. <나껴글>에서도 힘들면 다섯 문장만 써도 좋다고, 잘 쓰지 않아도 좋으니 힘을 빼고 써달라고 주기적으로 이야기해주시는 게 좋았다. 그리고 책을 읽고 일기를 쓸 때 언제 재미있다고 느끼는지, 에너지가 채워지는지 자신의 마음에 집중해 자신이 가장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양과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것도 좋을 듯. 책읽기와 일기쓰기의 순서도, 책의 깊이도, 책읽고 글쓰는 시간도 결국은 지금 자신의 속도를 아는 게 가장 중요할테니까.

 

- 피드백 방식

피드백을 4주간 다 한 후 마지막에 받는다. 불편할 때 건의할 수 있는 곳이 있거나, 뭔가 잘 되지 않으면 도움을 요청해도 된다고 편안히 알려달라고 시작할 때 미리 얘기를 해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추얼 메이커의 재량에 맡길 게 아니라 모든 리추얼에 있으면 좋겠는 부분! 리추얼이 힘들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사람들 많은 데서 이야기하기도, 그렇다고 갑자기 따로 연락해 말씀드리기도 이상한 것 같아서 말하지 못했고, 그냥 다음 달에는 안 하겠다 마음 먹고 있었다. 그런데 한 분이 불만을 이야기했고, 나도 그 참에 리추얼이 힘들다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말한 것만으로도 불만이 해소되는 기분이었다.

 

- 카카오톡

카카오톡이 생각보다 많이 불편하다. 톡게시판에 게시물이 지워진다는 사람들도 많았고, 댓글 알람이 오지 않는 게 아쉬웠다. 댓글에 하트나 좋아요를 누를 수 없는 것도 별로다. 인스타에 이런 기능들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좋았던 점

- 중간 줌미팅

중간 줌미팅에서 대화를 나누며 밑미가 좋아졌다. 중간 줌미팅 전까지는 리추얼 메이커이신 하빈님이 굉장히 냉철하고 차분하실 것 같다고 느꼈는데 줌미팅에서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생각보다 친근한 성격이셨다(ENFP라고 하심ㅋㅋ). 덕분에 재미있고 편안한 시간이었다. 아무래도 온라인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말하다보니 주로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었다. 대화한다는 느낌이 좀 더 좋지만 이야기를 듣는 것도 괜찮다.

 

마지막 줌미팅에서 소감 나누는 것보다 중간 줌미팅이 훨씬 더 재밌었다. 자기소개를 하거나 소감을 나누는 건 형식적이고 발표한다는 느낌이라서 그런듯. 줌미팅을 '시작할 때, 1주차, 3주차' 이렇게 3번 하면서 대화하는 시간이 많으면 좋겠다고 느꼈다. 분명 이번 리추얼에 아쉬움이 좀 있었는데도 2월에도 밑미의 리추얼을 다시 신청하고 싶어진 건 중간 줌 미팅의 공이 크다.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커뮤니티를 만들려면 프로그램 내용 자체보다도 친근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게 정말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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