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서 "너무 지겹다. 떠나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도, 새로운 카페를 가도 아주 잠시뿐이라 새로움에 대한 갈증이 해소되지 않던 중 'login 공주 프로그램'을 다녀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완벽한 힐링이었고,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프로그램의 취지가 워케이션이라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고 내려갔다.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는 슬로건이 유행하기 시작한 건 한참 전이지만 이제서야 살아보는 여행을 경험해보기로 했다. 평소처럼 일도 하고, 책도 읽고, 저녁에 거리나 어슬렁거려보자고 생각하며 서울을 떠나왔다. 서울에서 멀지도 않아 이동 시간과 교통비도 부담이 없고, 숙소비도 없으니 아까울 것도 없었다.
아침에 느즈막히 일어나 동네 골목을 걸어다녔다. 마치 '리틀 포레스트' 같은 평화롭고 아름다운 영화 안에 들어와 있는 듯했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DIY 체험을 했다. 처음에 목공 기계들을 봤을 때는 지레 겁을 집어 먹고 내가 저걸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해보니 집중하고 조심해서 쓰면 되는 거였다. '솔 공방' 사장님이 오셔서 하는 법을 알려주셨는데 설명으로 들을 땐 이해가 잘 가지 않았지만 막상 해보니 간단했다!
나무 가루들이 휘날리고 더운 날씨라 땀을 뻘뻘 흘리며 작업했지만 그런 건 별로 중요치 않았다. 작업하는 동안 아무 생각 없이 몸을 움직이다 보니 뇌는 멈춤 상태가 되어 제대로 쉬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복잡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헤집을 때에는 모두들 목공을 하러 가세요~!~!!~! 여하튼 DIY 체험은 하는 동안도 정말 재미있었고 끝내고 나서도 아주 뿌듯했다. 이것들이 진짜 책상으로 쓰일 거라는데 기대된다. 나중에 다시 와서 꼭 완성된 모습을 보고 싶다!
마지막날에 로그아웃을 하며 공주에서 찍은 사진들과 간단한 소감을 나누고, 좋았던 순간을 그림으로 간단하게 그리는 시간을 가졌다. 여행 후 그림으로 기록을 남긴다는 김영하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나도 이번 여행 후에는 그림으로 기록을 남겨보겠노라 다짐하고 있었는데 굿 타이밍!
공주에서의 사흘은 삶에 쉼표를 찍는 시간이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열심히 살고 있지도 않은데 왜이리 지치고 힘이 들까 했는데 빡세게 달리지는 않았지만 온전히 쉼을 즐기지도 못하고 있어서 그랬나 보다. 공주에서 다시 열심히 달릴 에너지를 채워간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나는 다시 서울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안녕, 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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