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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돌봄/도서·체험 리뷰

황룡원 템플스테이 후기

by 나로서기 2021.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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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쯤 황룡원에서 템플스테이를 체험했다. 내가 체험한 게 황룡원의 자체 프로그램인지는 모르겠다. 대학교 불교 동아리에서 템플스테이 가고 싶은 사람을 모집하길래 다녀왔고, 비용은 불교진흥원에서 지원해주었다. 너무 만족스러운 경험이었고 덕분에 불교에 대한 인식도 좋아졌다.


템플스테이라고 하면 사찰에 가서 절밥도 먹고, 일찍 일어나서 물도 길러오고, 산 속도 걷고 이런 걸 생각했는데 여기는 연수원이라 그런 건 없었다. 밥도 고기 반찬이 나왔고 맛있었다. 아침엔 토스트와 시리얼도 준다. 중간중간 간식도 엄청 많이 줬다. 각종 과자들과 귤♡! 할머니가 손주들한테 먹이는 것보다 더 잘 먹이는 듯. 너무 잘 먹어서 살쪘다ㅋㅋ느슨한 일정이었고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잘 쉬다 왔다.


1년 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럼에도 지금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것들이 많다. 가장 인상 깊게 남아있는 활동은 '누구의 의견도 틀리지 않음을 전제로 토론하기'였다. 아무래도 토론을 하다보면 내 주장이 맞다고 말하고 생각하게 되는데 그게 아니라 상대도 옳다는 걸 계속 상기시키며 토론한다는 게 굉장히 신선했다. 평소에도 개방적인 태도로 다른 사람의 의견을 수용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자유롭게 토의하듯 토론을 하는 시간이 편안했다. 난 평소에 발표를 할 때 머리가 하얘지곤 하는데 이 사람들이 평가하지 않고 자신과 다른 생각도 인정하고 존중해줄 거라고 생각하니 앞에 나가서 발표를 할 때에도  떨지 않고 쉽게 말이 나왔다.

스님과의 대화 시간도 있었다. 근처의 절에서 수양을 오래 하신 스님들이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정말 그래보였다. '사람의 진실성과 내공은 말로 하지 않아도 느껴지는구나' 생각했다. 이미 눈빛부터 한 분은 정말  흔들림이 없어 보였고, 한 분은 모든 사람들을 품어줄 것 같은 자애로움을 갖추신 것 같아 보였다. 나는 확실히 너그러움으로 모두를 포용해줄 것 같아보이는 분위기를 좋아한다. 그 분은 직접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주시지 않았고 그저 사람들의 고민을 경청해주시기만 했는데도 그 분을 보며 그냥 마음이 같이 편안해졌다. 마음을 다해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며 안아주는 따뜻함이 느껴졌다. 만난 시간이 길지도 않았고, 직접 대화를 하지도 않았지만 가장 강렬하게 기억애 남았다. 나도 이렇게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안심하고 털어놓으면서 위로와 응원을 받아갈 수 있도록 진심으로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느꼈다.


장소: 황룡원
인원: 약 20명
날짜: 20.01.28~20.01.30
가격: 무료

난이도: 1.5
어렵거나 힘들 게 없었다. 그나마 힘들었던 걸 뽑으라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 108배를 한 것 정도. 108배는 관절에 별로 좋지 않을 것 같다. 모든 프로그램의 참여가 다 나의 선택에 달려있었다. 108배는 무조건 참여해야 하는 게 아니었고 궁금해서 해본 거였다. 사람들 앞에서 전신 거울을 보며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을 건네는 프로그램도 있었는데 난 이건 도저히 못하겠어서 그냥 방에서 쉬었다. 친구는 처음엔 앞에서 말하는 게 오글거리고 불편할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하니 다른 사람들이 신경 쓰이지 않고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나왔고 무척 힐링이 되는 경험이었다고 한다. 보통 자신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많이 하고, 누군가는 말하며 울기도 한다고.

추천도: 5
난 기본적으로 불안이 많은 사람이다. 이 때는 지금보다 불안했고 항상 가슴 한 가운데를 돌이 짓누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머무르는 동안은 모든 걱정이 사라져 평온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었다. 서울에 돌아오자마자 바로 다시 답답해지기는 했지만. 나만 그런 게 아니라 함께 갔던 친구도 같은 말을 했다. 속세와 단절된 느낌으로 걱정을 날릴 수 있었고 코로나가 끝나면 꼭 다시 한 번 템플스테이를 가고 싶다. 그 때는 사찰에서 하는 좀 더 찐 템플스테이 느낌이 나는 곳으로 가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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