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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돌봄/도서·체험 리뷰

오대산 월정사 템플스테이 1박2일

by 나로서기 2022.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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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스테이를 다시 가고 싶다고 맨날 말만 하던 져니와 나! 드디어 다시 템플스테이를 다녀왔다. 그렇게 오래 됐는지 몰랐는데 황룡원 템플스테이를 다녀왔던 게 벌써 근 3년이 다 되어간다. 우리의 두 번째 템플스테이는 오대산 월정사! 월정사는 두 명이 묵는 데 20만원 정도로 다른 곳에 비하면 조금 비싼 편이었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다.

아침 일찍부터 버스를 타고 월정사로 떠났다. 우리는 언제나처럼 뚜벅이기 때문에 진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월정사까지 버스를 타고 가려고 했다. 그러나.. 월정사까지 가는 버스는 하루에 8대 운행한다고 뜨는데 시간표가 없었다!! 잘못하면 한두시간을 길에서 날려야 할 것 같아 그냥 택시를 타기로 했다. 과연 여기에서 ’카카오택시가 잡힐까?‘라는 두려움을 안고 잡았는데 아주 잘 잡혔고 가격도 2만원 정도로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서 다행이었다.

월정사에 도착했는데 입실은 3시부터라서 우리는 기다리는동안 전나무숲길을 걸었다. 날씨도 좋고 솔잎 향도 가끔씩 확 느껴지면서 걷는 것만으로 엄청난 힐링이 됐다.


옆에는 아주 맑은 냇가도 있고


길의 중간중간에 문구들이 걸려있는데 정말 하나하나 공감이 가고 ‘탐욕을 버리고 번뇌에서 벗어나야지..!’를 되새기게 되었다.


재밌었던 건 우리 몰래카메라 당하고 있나 싶을 정도로 우리의 대화 주제가 계속 문구에 나왔던 것이었다. 요즘 일적으로나 관계적으로나 마음이 요동칠 일들이 좀 있어 자꾸 괜한 걱정이나 잡생각이 많이 들고, 뭘 해도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을 할 때에도, 친구들과 대화할 때에도 그 순간에 몰입해 즐기지 못하고 계속 정신이 분산되어 있는 탓에 만족스럽지 못한 하루들을 보내고 있었다. 이젠 그러지 말고 진짜 현재에 집중하며 살아야겠다며 이야기하며 가는데 ‘마음다함과 집중은 즐거움과 통찰을 가져온다.’는 문구가 나왔다. 그러고는 또 걸으며 간간히 솔잎향이 나서 너무 좋다고 힐링된다고 말하고 있는 찰나 ’크게 호흡하고 숲의 친절함을 느껴보라. 마음이 따뜻해진다.‘ 라는 문구가 나와서 너무 신기했다. 어떻게 우리의 마음을 읽고 있는 것처럼 문구들이 나타났는지!


그렇게 한참을 걸으며 노닥거리다가 3시에 승복을 받아서 숙소에 들어갔다. 숙소가 진짜 성균관 유생들이 썼을 것 같은 옛날 방식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너무 좋았다. 문화 체험하러 온 느낌!


템플스테이 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숙소로 돌아와서 쉬다가 밥을 먹으러 갔다. 밥은 음.. 정말 탐욕이 사라지는 맛이었다. 간이 정말 적게 되어있어 건강할 것 같았다. 제일 맛있었던 건 깻잎!! 근데 나오는데 보니까 고추장이 있었다. 까먹고 나중에 내놓으신듯.. (그래서 다음 날은 고추장을 야무지게 챙겨서 비벼먹었고 확실히 더 나았다!)


밥을 먹고 나서는 예불에 자유롭게 참여해도 되고, 불멍도 있었는데 우린 그냥 숙소에서 쉬었다. 져니는 요즘 밤을 새서 피곤하다며 계속 뻗어있었고, 나도 그냥 따뜻한 방바닥에서 뒹구는 게 좋아서 누워 있었다. 요근래 너무 에너지를 많이 쓰고 산 걸까. 일을 많이 하는 것도 아니고 회사 끝나고 계속 약속이 있었을 뿐인데 체력이 무슨 일인지.. 정말 가성비가 안 좋은 몸이다. 헬스도 하고, 잠도 좀 더 많이 자서 체력을 키워야지.

그래도 그 와중에 내가 좋아하는 별보기는 빼먹지 않았다. 새벽 4시에 일어나 별을 봤다. 절에서 별을 보고 있으니 운치 있고, 별이 진짜 많이 떠있어서 좋았고, 밖에 나와있는 사람이 져니와 나밖에 없어서 더 좋았다. 좋기는 정말 좋았지만 날씨가 제법 추운데다 잠도 덜 깨서 패딩을 입고 있었는데도 살짝 추웠고 졸리기도 해서 오래는 보지 못했다. (나의 잠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없어..ㅎㅎ) 나중에 여름에 보러 가서 오랫동안 보자고 말하며 다시 잠에 들었다.

 

그리고 7시쯤에 일어나 절을 다시 구경하고, 전나무숲길을 산책하러 갔는데 사람이 없으니 고즈넉하고 정말 속세에서 멀어진 기분이라 좋았다. 낮에 가면 사람들이 아주 많아서 경복궁이나 등산로 같은 활기찬 느낌이기 때문에 완전히 상반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서 꼭 이른 아침 혹은 새벽에 돌아다녀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나는 이 고요함이 너무 큰 힐링 포인트였다.


점심 예불은 자유 참석이었는데 예불이 뭔지 궁금해서 끝날 때쯤 들어가보았는데 스님이 불경을 외우고 계셨고 불상과 보살 벽화를 향해 합장 인사를 하는 것도 있었다. 근데 중간에 들어가거나 나가기에 약간 뻘쭘한 분위기이기는 하다..! 엄숙한 과정을 방해해버린 느낌이라 죄송했다.

아무튼 속세를 떠나 행복했던 주말이었고, 마지막에 선물도 하나 받아와서 더 기분이 좋았다. 우리가 입었던 승복을 사고 싶어서 브랜드를 찾아보고 있었는데 마침 옷 정리하신다고 선물로 하나씩 주셨다. 너무나 감동..!!! 부처님의 은덕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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